바이오차의 비료 공정 규격이 설정돼 농업현장에서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오차는 작물 잔사(殘渣·쓰고 남은 찌꺼기) 등 농업부산물을 산소 공급이 제한된 350℃ 이상의 고온에서 열분해 탄화시킨 것이다. 이렇게 탄화된 바이오차는 미생물에 잘 분해되지 않아 수백년 동안 토양에 남게 된다. 작물이 자라면서 대기 이산화탄소를 광합성 해서 유기물을 만들면 먹을 수 있는 것은 식품으로 소비하고, 나머지 작물 잔사는 소각하거나 토양에 환원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잔사가 소각되거나 토양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 광합성으로 고정된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로 방출되니, 이산화탄소의 관점에서 농업은 탄소중립 산업인 셈이었다. 하지만 2019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바이오차를 이산화탄소 감축 수단으로 인정하면서 바이오차를 토양에 저장하면 농업이 탄소흡수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바이오차를 탄소 저장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면, 바이오차를 토양에 많이 투입할수록 이산화탄소 격리량이 많아지니 다다익선(多多益善·많을수록 좋음)이다. 하지만 사회가 부여한 농업의 첫번째 사명은 온실가스 감축이 아니라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바이오차 공정 규격은 ‘유럽바이오차인증(EBC)’ 등 국제적 기준을 충분히 검토하고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설정됐다.
중요한 것은 농업현장이다. 다공성으로 물질을 흡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바이오차는 양분과 수분을 잘 보존할 수 있고, 특히 염류가 많은 토양에서는 염류를 흡착해 토양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작물 생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아마 농업현장에서는 바이오차의 탄소 저장보다는 이러한 토양 개량 효과를 더 반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필요 이상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듯이 바이오차를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안전한 식품 생산이 어려워질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오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원소가 소실돼 물질의 질량이 감소하는 반면 무거운 중금속은 바이오차에 그대로 남아 그 농도가 높아진다. 또 고온에서 생물에게 독성이 있는 벤젠과 같은 방향족 유기화합물이 생성된다. 물론 비료 공정 규격에는 이와 같은 독성 물질 함량이 제한돼 있다. 문제는 바이오차 사용량이다. 많은 양의 바이오차를 한꺼번에 사용하면 이와 같은 독성 물질의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해 오히려 작물 생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식품도 오염될 수 있다. 바이오차 활용에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치면 좋지 않음)의 원리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필요한 양만큼의 바이오차를 매년 토양에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농사지을 때 몇년 치 비료를 한꺼번에 주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필요한 양이 얼마냐는 것이다. 획일적인 바이오차 사용량을 정하는 것보다는 토양의 상태와 재배작물의 종류에 따라 바이오차 사용량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연구·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마음으로 농업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선은, 급한 대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바이오차 사용 기준을 설정하고 향후 토양과 작물별 바이오차 사용 기준을 세밀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토양검정 시비 처방 체계를 벤치마킹해 바이오차 사용 기준 설정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우정 전남대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