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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시론] 새로운 흙을 찾아서 /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최우정 교수

작성일
2024.05.02
수정일
2024.05.02
작성자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조회수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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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명은 강 주변의 비옥한 토지에서 시작됐고 토지 황폐화로 인해 멸망했다. 과거 제국주의는 비옥한 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과 식민지 토양 수탈의 역사로 기록될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일제가 우리나라를 식량 공급기지로 활용해 식량을 수탈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유심히 살펴보면 토양학자 또는 최소한 토양을 아는 과학자가 우주탐사선에 탑승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식물학자가 사람의 분변을 거름으로 사용해 감자를 키워서 생존한 이야기를 다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과거의 문명이 그러했듯이 미래 인류의 생존도 흙에 의존할 것이다.

현재는 어떠한가? 세계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생산을 위한 토지 개간으로 세계 농경지면적은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산업화에 이은 도시화로 우리나라의 농경지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지면적은 2002년 약 186만㏊에서 20년 사이 약 150만㏊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이용 가능한 토지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용 가능한 토지면적은 단순히 용도변경으로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여름철 폭우로 인한 다량의 토양 유실과 산업화에 따른 토양 오염 등으로 인해 품질이 좋고 기능이 우수한 토양 자원이 사라지고 있다.

반면 최근 들어 실내농업, 도시농업, 조경, 환경 복원, 건물 녹화 등 관련 산업 성장에 따른 맞춤형 인공토양에 대한 산업적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공토양은 육묘용 상토다. 상토는 우리나라 식량 자급에 중요하지만, 그 원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코피트·피트모스·펄라이트·질석 등은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원료 공급은 다른 자원과 유사하게 국제정세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다. 상토 원자재 가격이 제조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국내 상토 가격 상승 압박으로 이어져 농가경영에 부담이 된다. 상토의 또 다른 문제는 재활용이 어려워서 소각하거나 폐기한다는 것이다. 국산 원료를 활용한 재생 가능한 인공토양 개발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공토양은 목적에 맞게 다양한 재료로 가공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해외에서는 가볍지만 물리적 내구성이 큰 목질계 부산물과 왕겨, 그리고 양분을 함유한 퇴비와 같은 유기자원과 함께 품질이 보증된 무기질 폐자원 등을 활용한 인공토양 개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 탄소저장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차도 기본적으로 가볍고, 양분 흡수·저장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경량용 인공토양 원료로 적합하다. 반면 중량이 큰 무기질 폐자원은 식물 지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자급이 가능하며 성능과 품질이 보증된 다양한 무기질·유기질 원료를 가공·배합하고 필요에 따라 개질하여 사용 목적에 맞는 맞춤형 인공토양 재료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토양 원료 자급화와 함께 인공토양 생산과 품질 평가, 식물 생장 과정에서의 양·수분 제어, 그리고 인공토양 사용 후 재활용 등 전후방 기술이 개발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흙으로 잃어버린 토양 자원 일부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토양으로 침식된 토지 원형을 복원하고 오염토양의 오염물질 농도를 낮추거나 오염 확산을 방지하는 머지않은 미래를 그려본다.

최우정 전남대 교수 기후변화대응농생명연구소장

[링크]  [시론] 새로운 흙을 찾아서 (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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