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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시론] 바이오차 순환경제/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최우정 교수

작성일
2023.03.15
수정일
2023.03.15
작성자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조회수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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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이오차(Biochar)가 뜨겁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목재 등 유기물을 산소가 없는 300℃ 이상의 고온에서 열분해시켜 숯처럼 만든 물질이다.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숯을 생각해도 무방하다.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 유기물이 연소되면 재만 남는다. 이와 달리 바이오차는 유기물의 일부는 연소돼 없어지지만, 남은 유기물은 구조가 바뀌고 미세한 구멍이 촘촘히 생긴다. 이렇게 생긴 구멍은 여러 물질을 붙잡아두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데, 화장실이나 주방에 숯을 두면 냄새가 없어지는 것도 숯의 작은 구멍에 악취 성분이 달라붙기 때문이다.

이런 바이오차가 토양에 탄소를 저장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바이오차에 남아 있는 탄소는 쉽게 분해되지 않아 바이오차를 토양에 묻어두면 탄소를 수백년 동안 땅속에 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바이오차는 토양의 수분과 양분 보유능력을 높여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바이오차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전정가지·콩대 같은 농업부산물이나 가축분뇨를 방치하면 물질이 서서히 분해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공기 중에 방출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연간 약 7억t으로, 농축산분야 배출량은 전체의 약 3%다. 다른 산업에 비해 배출 비율은 낮지만,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은 필연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농업분야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농업분야 온실가스 저감 대책은 ▲논물 관리 ▲질소질비료 사용 절감 ▲가축 사양·분뇨 관리 등이다. 여기에 최근 바이오차가 추가됐다. 온실가스에 맞설 수 있는 무기가 하나 더 생긴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바이오차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 의미가 무색해질 수 있다. 만약 수입 목재, 생활 폐기물, 발전소 부산물 등 농업 외부에서 들여온 원료로 바이오차를 생산해 농업 현장에서 사용한다면, 농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유기성 자원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소각되거나 분해돼 온실가스로 배출될 것이다. 따라서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순환경제’ 관점에서 바이오차를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세계경제는 제품을 생산해 사용한 뒤 폐기하는 ‘선형경제’나 사용 후 제품을 단순 재사용하는 ‘재활용경제’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 제품 사용 후 폐기물을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순환경제’에 주목해야 한다. 농축산분야에서는 농축산 부산물을 원료로 바이오차를 생산하고 농축산업에서 다시 바이오차를 사용해 온실가스를 저장하고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아가 바이오차를 이용한 탄소저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된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고품질의 바이오차를 생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료를 근거리에서 확보하고,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바이오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도 이용해야 한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을 포집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라는 위기 속에서 농축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농업분야에서 바이오차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순환경제 관점에서 바이오차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농업은 원래 순환경제 원리로 작동하는 산업임을 기억해야 한다.

최우정 전남대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기후변화대응농생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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